민이 생후 1456일, 예니 생후 216일.
현재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나 뿐만 아니고 우리 아버지도 이곳에서 태어나셔서 자라신 곳이고 할아버지도 이곳이 고향이셨다.
흔히 말해서 씨족촌같은 곳이었다.
어려서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 먼 친척 어르신 분이었다.
설에는 온 동네에 세배를 다니곤 했던 기억도 있다.
조그만 동네여서 누구누구네 집하고 얘기하면 거진 다 알 정도였다.
우리집 뒤로는 지금은 구미로 내려간 서통이라는 회사 공장이 있었다.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덕소 지역 전체가 그리 크지 않은 동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한 20년쯤 전부터 개발이 되기 시작하더니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서통 공장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논밭이 있어서 어려서 뛰어놀던 곳들은 이제 다 아파트로 둘러싸였다.
본래 동네가 있던 자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형국이다.
이제는 덕소 지역에 웬만한 아파트 브랜드들은 다 들어와 있고 이곳 토박이인 나는 어느 아파트가 어디있는지도 잘 모를지경이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지만 사실 난 초등학교 5학년에 서울로 전학을 갔다.
집은 이사를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서울로 학교를 다니고 싶던 나는 부모님을 졸라서 서울로 전학을 갔다.
그 이후 나의 생활권은 줄곧 서울이었다.
이곳에 살기는 했지만 초중고를 다 서울에서 나왔고 대학도 서울로 통학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동네 친구는 거의 없고 친구들은 다 외부 친구들밖에 없다.
사는 곳이 이 동네일 뿐이었지 어찌되었건 주 생활공간은 이 동네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이 동네에 계속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생활권은 동네가 아니였다.
우리는 동네 호프집 한 번 제대로 가본적이 별로 없다.
민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아내는 출산 후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동네에 있는 시간이 꽤 되었지만 오히려 난 그러지 못했던거 같다.
그러면서 민이는 동네친구들이 생기고 아내는 그 친구들의 엄마들과 어울리고 했지만 오히려 난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육아휴직 후에 낮시간에 동네를 배회하다가 보면 참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많다.
어렸을 때 기억만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어두울 때만 익숙한 나에게 일과시간의 우리 동네는 참 낯선 공간이다.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았는데 문득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은 나를 이방인처럼 만들곤 한다.
특히 오늘 아침은 더더욱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낯선 공간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게 했다.
비오는 아침 민이가 콧물이 계속 나서 병원에 들렸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으러 다시 집에 들려 유치원에 갔다.
민이를 태워다주고 들어오는 길.
그 길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그 많은 어린이집, 유치원 버스들이 돌아다니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유치원과 어린집으로 향한다.
이 동네에 저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었구나, 이렇게 많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렇게나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아침이었다.
많은 아이들은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사라져갔다.
또 아이들의 부모들은 데려주고 배웅해주고 있었다.
평소의 난 새벽에 출근해서 늦은 밤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이런 모습을 볼 일이 없었다.
그리고 휴직후에도 예니랑 하루 종일 집에 붙어있으니 이런 풍경을 볼 일이 없었다.
참 낯선 풍경들을 바라보면 내가 살고있는 이 곳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운동을 다녀와서 민이와 소아과를 다녀왔다.
비오는 아침 민이의 등원 복장.
아직은 우산을 쓰고 걷는게 익숙하지가 않은지 곧 넘어져서 옷을 갈아입으러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병원에서 셀카놀이.
월요일 아침이고 비오는 아침이니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거기에 의사선생님은 차가 밀려서 늦었으니 병원으로 아이들로 가득 찼다.
민이가 지루해할거 같아서 아빠랑 셀카놀이.
진료를 받고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은 민이는 유치원에 등원하였다.
아내가 출근할 때 예니와 아빠는 잠들어서 기절해버렸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예니는 분유를 드시고 아빠는 진한 커피 한잔.
코르크로 된 컵받침을 주문했는데 마침 도착하여서 바로 사용해보았다.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서 오후시간 집안일을 한다.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민이 먹을 저녁을 미리 해둔다.
오늘 메뉴는 된장찌개.
예니 분유를 먹이고 나니 민이가 집에 올 시간이다.
집에 있으면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
예니가 안 자는 관계로 예니는 아기띠에 안고 민이 마중을 나간다.
집으로 돌아온 민이는 업상태여서 진정시키는데 고생을 좀 했다.
하원해서 집으로 돌아온 민이는 저녁먹기 전에 아빠 빨래 정리하는 걸 도와준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저렇게 빨래 정리를 도와주는건 보니 점점 어린이가 되어가는걸 느낀다.
민이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 하고 예니 이유식을 먹이고 둘 다 씻기고 재우면서 정신없는 저녁 시간을 보낸다.
엄마가 없는 저녁시간은 늘 빡세기만 하다.
둘 중 하나는 방치상태가 되어버리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종종 집안일을 하느라 울고 있는 예니가 방치상태가 되곤 하는데 언니가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거의 방치상태에 놓이게 되는거 같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얘들아 아빠는 몸이 하나란다~!!
'My Story >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휴직 D+52 - 엄마없는 날 (0) | 2017.09.13 |
---|---|
육아휴직 D+51 - 육아전쟁 (0) | 2017.09.12 |
육아휴직 D+49 - 성장통 (0) | 2017.09.10 |
육아휴직 D+48 - 작은딸 (0) | 2017.09.09 |
육아휴직 D+47 - 가족 (0) | 201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