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육아일기

육아휴직 D+130 - 고질병

minarae7 2017. 11. 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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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생후 1536일, 예니 생후 296일.

민이 예니 아빠는 고질병이 하나 있는데 그 유명한 허리디스크이다.

군대 신검을 받을 시절 허리가 주기적으로 아파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면서 발견했는데 아직까지 크게 치료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거나 무리해서 뭔가를 하면 아프고 그외에는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기에 구지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 선배들은 현역인 자기들보다 더 체력이나 체격이 좋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픈건 어쨀 수 없어서 민이가 2~3살 때 한참을 허리때문에 고생했다.

안아주고 내려놓고 하는 동작에서 무리가 있었는지 꽤 오랜 시간 허리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예니를 낳고도 민이 때처럼 배위에 올려두고 재우고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물론 예니가 배위에서 자는걸 그리 즐기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빠도 가급적이면 그런 자세를 지양했다.

이건 고치지 않는 한 평생 가지고 가야하는 병이니 잘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평소에 조심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도 가급적이면 등근육이나 허리근육쪽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허리가 계속 불편했다.

뻐근한 느낌이 있었는데 계속 그러지 않고 그러다가 말다를 반복해서 평소에 있는 요통 정도로 생각했다.

평소에도 가끔 요통이 오는 날이 있는데 그냥 컨디션이 안 좋거나 잠을 잘못 잤거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애들을 다 재우고 씻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허리디스크는 왼쪽인데 어제는 하루 종일 오른쪽이 아팠던 것이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냥 잠을 잘못 자서 온 요통 정도로만 생각했다.

헌데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깼는데 허리가 움직일 수 없이 아팠다.

불안한 느낌이 엄습하면서 전형적인 디스크 증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에는 단순 요통이 아닌 다리 절임이 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계속 아팠고 잠이 들었다가도 통증으로 잠이 깨는 일이 반복되었다.

응급실이라도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내가 앓는 소리에 덩달아 아내도 깨어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아침에 민이 등원 준비를 할 때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엄마가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민이까지 챙겨서 등원을 시켰다.

아빠는 잠시 일어나서 가방만 챙겨주고 다시 누웠다.

민이가 등원하고 나서 예니가 깨서 약부터 먹이고 이유식을 먹였다.

허리 통증이 심했다 약해지기를 반복하는 통에 예니를 안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식을 먹이고 얼른 내려두자 예니도 졸렸는지 잠이 든다.

아빠도 그 옆에 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다.

11시쯤 일어나서 이유식 만들 준비를 한다.

이유식이 오늘 만들지 않으면 저녁에 먹을게 없어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얼른 재료를 다듬고 아침 설거지를 대충 해두고 닭안심과 애호박, 시금치를 넣고 끓여두었다.

다행이 오늘은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날이라서 점심에 이유식을 만들다가 말고 아버지께 예니를 맡겨두고 병원에 다녀온다.

평소에는 허리 통증이 있어도 구지 병원에 가지 않는다.

워낙 오래된 병이고 병원에 가봐도 딱히 해주는게 없이 수술이나 시술을 하라고 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

몇년전에 병원에 갔을 때 이미 굽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없어서 많이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두어도 될거 같다고 했다.

몇번을 병원을 가도 같은 말을 듣기 때문에 왼쪽 허리가 아픈거에 대해서는 구지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근데 오늘은 왼쪽이 아니고 오른쪽이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안 갈수가 없었다.

동네 병원이다 보니 단순하게 엑스레이를 찍는 수준에서만 확인하고 통증 치료로 척추주사를 맞고 왔다.

척추에 직접 주사를 넣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청난 통증을 유발했다.

아파서 갔는데 주사를 맞을 그 통증이 지속되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물리치료까지 하고 집에 오니 오늘 일이 많아서 늦는다고 했던 아내가 집에 와서 예니를 보고 있다.

아빠가 아프니 엄마가 바빠도 예니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간단하게 엄마가 사온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예니 이유식을 마저 만들고 민이 저녁을 준비한다.

밥만 아빠가 하고 오늘은 엄마가 픽업을 나가고 불고기를 볶아주었다.

아빠가 아프다보니 엄마가 할 일이 많아졌다.

평소에는 아빠가 하는 일까지도 엄마가 많이 하게 되었고 아빠는 예니랑 민이랑 데리고 방에 가서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누워있다.

내일 일본으로 여행을 가시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러 잠시 올라갔다가 잠을 계속 제대로 못 자서 보채는 예니 때문에 금방 내려온다.

원래는 아빠가 할머니를 여행 출발지인 포천으로 모셔다 드리기로 했었지만 갑작스럽게 아파서 할머니는 혼자 택시로 이동하셨다.

예니는 아빠가 아파서 씻는걸 건너뛰고 민이는 엄마랑 씻고 잘 준비를 한다.

아빠가 후다닥 예니 약을 먹이고 이유식을 먹여서 엄마에게 토스하고 아빠는 예니 먹을 그릇과 젖병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평소보다 이르게 준비를 해서 아이들과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9시가 넘어서 아이들을 재웠다.


주말부터 9일간 엄마가 출장을 가는 관계로 예니는 수원 할머니댁에 가있고 민이는 아빠랑 집에 있기로 해서 내일 저녁에 수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나마 수원에서 지내기로 하고나서 아빠가 아픈 것이다.

허리가 이렇게 아픈데 예니랑 민이랑 둘다 챙기려고 하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악 소리가 절로 나게 아픈 것을 보니 한동안 치료를 다녀야할 것같다.

정말 허리에는 칼을 대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계속 아프면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며칠간은 몸관리를 신경써서 잘 해야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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